이야기/수필

자유를 감히 정의한다면...

오빠마음대로 2023. 6. 22. 22:27
728x90
반응형

자유가 주어졌을 때 제일 어이가 없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이나
새벽기도를 위해 알람을 맞춰놨을 때
그리고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일찍 준비를 해야 할 때면 

해는 왜 이렇게 빨리 뜨는지
잠은 왜 깨지 않고
몸은 왜 눕고만 싶은지
10분만 더 자려고 누웠는데
왜 10초보다 짧은 느낌인지 

그런데 

밤에 일찍 침대에 누운 것도 아니고
아침에 일찍 일정이 있는것도 아닌데 

출장 가던 그날처럼
새벽기도를 위해 일어나던 때처럼
그 시간에... 

눈이 딱 떠져서는
정신은 맑고
할 일은 없고 

정말 어이가 없는 순간의 나날을 보낸다. 

다낭의 골목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면
뜨거운 햇빛속에서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자
자전거를 한대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집 근처의
낮은 언덕의 오르막과
집을 올라가는 가파른 도로는
나의 연약한 허벅지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고
카메라와 여러 장비들을 챙겨서 다니는 내게는
취미가 아니라 그냥 일이 되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전기 자전거'를 캐롯마켓에 검색하기 시작한다. 

성능,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충대충 가격을 알아보고 

아침 6시30분
자전거의 감성이 충만한지
(바구니가 달려있는 지)
지금 바로 거래가 가능한지
이 두가지만 봤고 

컨택을 할 때
네고도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예뻐서 할인을 안 해주셔도 살 예정입니다.
하지만 5만원을 깎아주시면 지금 바로 갈게요.' 

그리고 약 1시간 뒤
사진 속에 있는 그 감성
예쁜 모습만보고는
계좌이체 + 차에 실었다. 

나의 새로운 친구 '모토벨로'


집 마당에 도착 후
낑낑대며 나의 바이크를 내리고
사진부터 찍었다
'찰칵' 

그리고 시동을 켜고
냅다 스로틀을 당겼다. 

아... 정말...
죽을 뻔 했다.
앞에 차가 있어서
브레이크를 잡아당겼는데 
고장이다. 

아...
왼쪽은 완전 부러져있고
오른쪽은 작동을 안 한다. 

그런데 너무 예쁘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다낭에서의 디스카운트 경험과
남의 눈치에 맞춰 살지 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자는
새로운 삶의 새로운 좌우명대로 

바로 연락을 드렸다. 

환불해 주겠다고 들고 오라 했으나
다시 환불하러 가기도 귀찮다.
이미 5만원을 디스카운트한 상태였기에 

그냥 내가 수리하겠다고 했다.
대신에 5만원을 돌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수리점
온천천 카페거리에 있는 곳으로 12시에 예약을 했다. 

수리 중에 카페 투어를 하리라.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끌고
타다 걷다를 반복하며 도착했고
잠시 후 오신 사장님은 엄청 쿨했다.
"아 브레이크 수리 5만 원인데
올정비 다하면 아이스아케리카노 추가" 

완전 부산남자 스타일
허세와 친절함이 적절히 섞인 아저씨 

아저씨 저는 이제 여기 단골입니다. 

"2주에 한번씩 온나! 타이어에 바람 자주 채워야 한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새로 사귄 친구(자전거 아저씨)


내게 주어진 갑작스런 자유.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그 따뜻함이 울린 알람소리가
보람찬 하루를 시작케 한다.

 

이게 바로 자유다.

728x90
반응형

'이야기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33세.  (0) 202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