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6. 05. ~ 2023. 06. 10.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생에 첫 홀로 여행이 두려웠던 나는
'다낭도깨비'라는 곳에서
바나힐, 호이안에 동행할 분이 있는지 물어보는 글을 썼었다.
그때 한 분이 '그랩'을 같이 타고 가자고 연락이 오셨지만
일정이 잘 맞지 않았고 이렇게 흐지부지 되었고 그렇게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미 바나힐은 다녀왔고 호이안에 가는 투어도 신청을 했는데
그저께 저녁에 '여행잘하구계신가용ㅋㅋ'
갑자기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
이제 동행은 할 수 없기에 미안함을 표했더니
그러면 내일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하자고 하셨다.
내가 처음 알려줬던 호텔이랑 달라져서
우리가 만나기가 힘들 수 있다고 했고
새롭게 잡은 호텔을 알려드렸는데
사람 인연이 진짜 신기한 게
같은 호텔이더라구???
'그럼 오늘 한잔 해요~'
인도 아버지께서 주신 위스키 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고
초면에 실수를 하면 안 되기에 3시간 정도 잠을 잤고
완벽한 컨디션을 위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외국에서 한국 꺼 먹지말자는 원칙을 바로 깨버렸지만
아이스크림에 무리한 도전을 할 수는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호텔 근처를 돌아다녔다.
매일 걸어가던 길이 아닌 반대쪽으로 살살 걸어보니
어제까지 보지 못했던 풍경과 장소들이 나를 반겼다.
한국에서는 무성한 나무와 풀들을 보면
정리하고 싶고 뽑아버리고 싶었는데
외국에서는 왜 이리도 예뻐 보이는지
꽃을 좋아하는 내겐
천국과도 같았다.
https://goo.gl/maps/4qe4ZPJhfdZV8oEM8
미리 말하지만
음식사진은 안 찍었다.
못 찍었다.
가격은 굉장히 엄청나게 진짜 진짜 싸다.
한국 소주만 비쌌고
블랙타이거튀김, 굴요리, LALUE, TIGER 등
모두 저렴했고 실컷 먹고도 한국돈으로 5만 원이 안 넘었다.
그래도 내가 먼저 온 선배로서 쿨하게 결제했다.
뭐,,,
내기해서 졌던가?
왜 내가 샀지...?
이래서 여행의 기록은 바로바로 써야 하는 듯...
중간이 뻥 뛰었다.
'베트남은 맥주 여행이죠~'
하시는 이 '다낭누나'의 말 때문에
저렴한 맥주를 아주 거하게 먹고는
정신 차려보니 아침이네? ㅋㅋㅋㅋㅋ
속을 달래고자 조식을 먹었다.
조식 먹고 바람을 좀 쐬려고 했으나
너무너무너무 피곤했다.
저녁에는 아는 형님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어서
그냥 오전은 잠으로 보내기로 하고 다시 들어갔다.
11시쯤 된 것 같다.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속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나의 여행은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수영복을 챙겨서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아내분은 너무 미인이셔서 차마 사진을 찍지 못했다.
(괜히오해받을것만같은그런기분이드는것은내머리가쓰레기인가)
프랑스인 남편 + 일본인 아내
둘은 호주에서 만나 사랑을 나눴고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대만이라고 했으며
한 달간 베트남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한 의문은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보수적이고 여유가 없고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까?...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저딴 게 행복이라면 외국으로 훌 떠나버리고 싶다.
나는 루프탑 Bar에 사람이 없어서
그냥 안여는 줄만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프런트로 전화를 했더니 바로 올라와주셨다.
모히또 맛은...
내가 술을 못 마셔서 그런가 되게 별로였다.
위스키가 너무 많이 들어간 맛? 알코올향이 진하게 났고
망고주스는 굉장히 맛있었다.
그냥 한국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카페라도
이 맛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땅! 땅!
아무튼 또 올라가서 술을 마셔버렸다.
(이고삐풀린망아지시키)
https://goo.gl/maps/qknKMnjaVAcfXc888
간단하게 물놀이를 마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뒤
점심 식사까지는 못하겠고
간단하게 먹고 싶어서
어젯밤에 동네를 걸어 다니다
우연히 마주한 '보름달'
오랜만에 만난 한글이 너무 반가웠고
설마 한국분이 운영하시려나? 란 기대감으로
사뿐사뿐 신나게 걸어왔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약간 비싼 가격이지만
한국 돈으로는 전포동에 있는 개인 카페보다도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커피원두와 샌드위치, 빵 등은
근처 카페에서 자기들이 독점하고 싶다고
계약 직전까지 갔었다고 한다.
인공적인 발효가 아니라
자연발효로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맛을 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빵을 안 좋아하는 나도 '호로록' 맛있게 잡쉈다.
(카페이야기는 카페 블로그로 다시 오겠다.)
본의 아니게
어쩌다 보니
사장님과 인터뷰를 나누게 되었다.
대학시절 사회스포츠학을 전공으로 하고
졸업하자마자 필리핀으로 가서 해양스포츠 사업을 하고
호주로 넘어가서 '쎄가 빠지게' 일 했더니 비자, 시민권도 못 받고
다시 베트남으로 넘어가서 관광, 레저 사업하시다가 코로나 터지고
금방 끝날 줄 알고 한국 들어왔다가 베트남 사업처 홀라당
한국에서 사업하던 거 배달비 상승으로 또 하락
결국 어찌어찌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서 재기를 준비하시는
내가 반했고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 멋진 사장님.
(다낭에서 한 달 살이를 마음먹었던 것도 이 분 때문)
이분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내 나이 33살(91년생),
아직 늦지 않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해보고 싶은 모든 것에 도전하자.
내가 Born Again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만남이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https://goo.gl/maps/MTk36qEzkzr4hB6L7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미케해변 근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낮시간엔 더워서 나오지 않던 사람들도
시원한 맥주를 찾으러 하나씩 모여들었다.
비치발리볼을 정말 재미있게 하더라
구경하는 사람도 아쉬워하고 소리 지르고
움찔움찔하는 게 너무 설렜다.
서양인 한 명은 끼워달라고 하더니
서브, 리시브, 어택까지 완벽한 플레이를 했고
나도 한번 끼워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옷을 안 챙겨 와서 그냥 구경만 했다.
(절대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다음에 미케비치를 온다면
꼭 한국인의 위대함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https://goo.gl/maps/C8VeYF5Gq2pFGTTh6
이후 아는 형님이 나랑 '다낭누나'에게
관광이 아닌 현지스러운 곳으로 가자고 하셨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컬이 아닌 웨스턴이었다.
서양인들이 엄청 많았고
포켓폴을 치는 사람,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 술 마시는 사람,
대마초피시는 늙은 아저씨까지
별의 별사람이 있는 곳이었으나
이 또한 재미있었다.
https://goo.gl/maps/d6kTtez9y3jbtxAs8
현지 가이드로 활동하는 형님이 밤 12시쯤 일 때문에
공항에 다녀온다고 해서 술도 깰 겸 바다를 걸었고
형님과 다시 만난 뒤 여기로 갔다.
Craft Beer의 맛이 바다내음과 대단히 잘 어울렸던 곳
새벽 2시까지밖에 영업을 하지 않아서 굉장히 아쉬웠던 곳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제, 오늘 만난 사이지만
몇 년, 몇십 년 알던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 같았고
헤어짐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것만 같았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정적인 마음과
다시는 안 볼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그 편안함이
자신을 숨기고 있던 가면은 내려놓고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가깝고 진솔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해외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결론,
술에 취해 사진은 많이 없고
중2병스러운 글들이 많아 보이겠지만
이 또한 '내'가 체험한 경험들과 느낀 감정들이므로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끝
To be Continued...